애플의 스마트홈, 어디까지 왔나?

애플의 스마트홈, 어디까지 왔나?
* 출처 - Apple WWDC2021 키노트 중 Apple Home 발표

애플은 아이폰, 애플워치, Mac 컴퓨터를 통해서 최신 기술을 가장 쓰기 편리한 형태로 선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며, 이를 통해 전세계 수억명의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애플 스마트홈이 내세우는 핵심 키워드 3가지 - (1) 쉬운 사용 (2) 편리한 연동 (3) 프라이버시와 보안

이러한 애플에서 제공하는 스마트홈 솔루션은 그만큼 기대가 크기도 합니다. 하지만, 애플 특유의 폐쇄적인 성향으로 인해 애플의 기기인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TV, 홈킷 등 애플 생태계 안에 있는 기기들 간에만 호환 된다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스마트홈 환경을 제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지난 2019년, 애플은 이례적으로 자사의 스마트홈 관련 기술인 HomeKit의 일부를 오픈소스(누구나 소스코드를 사용하거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기술)로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다만 오픈소스의 경우, 프로토타입 개발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상업용 제품 출시에는 여전히 까다로운 애플의 MFi 인증을 받아야만 합니다.

다양성을 최고로 여기는 안드로이드 생태계의 구글과는 반대로, 폐쇄적이지만 강력한 연동을 제공하는 애플에서 발표한 스마트홈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스마트 도어락 연동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로 도어락을 열 수 있습니다

프라이버시와 보안을 핵심 키워드로 소개한 것에 이어, 스마트 도어락과의 연동을 발표하였습니다. 이미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도어락은 시중에 많이 출시되어 있으나, 애플은 아이폰과 애플워치를 통한 매끄러운 연동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갖다 대면 자연스럽게 문이 열리는 방식입니다.

이거 우리집 도어락에도 있는 기능 아니야? 하시겠지만, 기존 도어락에서 사용하는 휴대전화 인식(NFC) 방식은 보안이 취약하여 사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 출처 -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10205113500508)

기능적으로는 새로울 것이 없을 수 있지만, 도어락의 핵심 기능인 '보안'에서, 애플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TV 함께보기

원격으로 지인들과 함께 TV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함께 보기(Watch together)

'함께 보기(Watch together)'는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멀리 떨어진 친구와 영상통화를 하면서 함께 볼 수 있는 서비스입니다. 스마트홈 기술이라기 보다는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가깝지만, 코로나 시대의 스마트홈에 필요한 서비스인 것은 분명할 듯 합니다.

기존에 영화 등을 보면서 함께 화상통화를 하는 것과 기본적으로는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함께 보기'에서는 직접 Disney+, Hulu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와 직접 연계하여 내가 보고 있는 장면을 동시에 친구들도 볼 수 있도록 싱크를 맞추기 때문에, 멀리 서도 한 공간에서 TV를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경험을 제공한다고 합니다.

서드파티 기기에 시리 지원

ecobee 스마트 온도조절기에 시리가 추가된 모습

높아져 가는 아마존의 음성비서 '알렉사'의 인기에 애플도 한수 접었나 봅니다. 애플의 인공지능 음성 비서 서비스 '시리'를 애플 기기가 아닌 타사의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데모에서는 에코비(ecobee)의 스마트 온도조절기에 애플의 시리가 탑재되어 음성 명령을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애플로서는 파격적인 결정이었을 텐데요,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이미 아마존의 알렉사와 구글의 구글 홈이 양분하고 있는 상황이라 콧대 높은 애플이라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마트홈 표준기술 'matter'

아마존, 애플, 구글, 화웨이, 이케아 등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는 스마트홈 표준 기술 'matter'

1인가구부터 럭셔리 하우스까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수많은 스마트홈 기기들이 출시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제조사마다, 국가마다 각자의 방식으로 기기를 만들다 보니, 이를 서로 연동할 수 있는 표준 기술의 필요성은 꾸준히 대두되었습니다.

Matter 는 2002년 설립된 미국의 '연결성 표준 연합(Connectivity Standard Alliance)'을 주축으로 스마트홈 시장의 거대 공룡인 아마존, 애플, 구글 및 기타 스마트홈 기기 제조사들이 서로 호환되는 표준 기술을 지향하기 위해 새롭게 합의한 스마트홈 스탠다드의 이름입니다.

Matter 의 핵심은 스마트홈 기기 간의 무선 연결 방식인 Wifi, Zigbee, BLE(저전력 블루투스 통신)의 인증 및 통신방식과 보안 표준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직 일반 소비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만큼 준비할 것이 많이 보이지만, 스마트홈 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행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하반기나 내년부터는 'matter 인증' 마크가 붙은 다양한 스마트홈 기기들이 출시되길 기대해 봅니다.

향상된 카메라 기능

단독주택 중심의 미국에서는 집 안밖에 여러 대의 보안카메라를 설치하는 일이 흔합니다. 애플은 직접 보안 카메라를 만들지는 않지만, 이미 많은 보안 카메라가 애플 홈킷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자사 서비스와 기기를 통해 홈킷에 연결된 보안 카메라를 더욱 쓸모있게 만들었습니다.

첫째, 홈킷 보안 비디오 기능
- 새로운 iCloud+ 구독 서비스를 통해 보안 카메라 영상을 대수 제한 없이 백업 가능합니다. (기존에는 최대 5대로 제한됨)

홈킷 보안 비디오 기능 소개

둘째, 애플 워치 홈 기능 업데이트
- 현관 카메라의 영상을 애플 워치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관 카메라의 영상을 애플 워치에서 확인

셋째, 보안카메라 영상 인식 기능
- 현관 카메라에 잡힌 영상이 사람인지, 동물인지, 택배인지 인식해서 알려줍니다.
(기존에도 사람과 동물은 인식 가능하였고, 택배 인식 기능이 추가)

택배가 도착한 것도 카메라로 인식하여 알려줍니다

넷째, 애플 TV 홈 기능 업데이트
- 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연동된 기기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아래 영상 참고)

카메라 영상 위에 UI가 표시되어 뒷마당 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뒷마당의 조명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 멀티 카메라 모드로 여러 대의 카메라 영상을 동시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애플 TV 로 홈킷에 연결된 여러 대의 보안 카메라를 동시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애플은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완성도만큼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스마트홈 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다양한 기기를 지원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선보여 시장을 선도하는 지점에 있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품 및 서비스를 사용했을 때의 만족감 - 요즘 유행하는 말로 '가심비' 만큼은 항상 최상위권에 있으며, 1등으로 선보이는 제품이나 기술이 아니더라도 새롭고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매번 애플의 발표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이번 WWDC 발표에서 스마트홈 관련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었으나, 스마트홈을 포함한 애플의 모든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애플의 주력 기기와 서비스들의 기대감을 높이기에는 충분한 발표였다고 생각됩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스마트홈 외에도 전체 키노트를 시청해 보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참고로 애플 키노트는 한글 자막이 제공되는 애플 홈페이지에서 직접 시청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https://www.apple.com/apple-events/june-2021/